유명인이나 공인의 적절하지 못한, 혹은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이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대중이 해당인을 비판하여 공적인 평판을 파괴하고 사회로부터 삭제하는 것. 이것을 영어권에서는 아예 하나의 현상으로 보아 ‘Cancel culture’라고 일컫고 한국에서는 흔히 ‘나락간다’, ‘매장된다’라고 표현된다.
물론 강력범죄자는 응당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한다. 그 외에 모든 위법 행위도 처벌하고 지탄 받아야 마땅할 일이지만 충분한 조사 없이 누군가의 인생 자체를 뿌리째 부정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Canceler 들은 미디어를 통해 접한 소식으로 누군가의 처신을 비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삶의 다른 켠에 있는 업적도 전면 무효화하고, 그들의 존재 자체의 선악을 단정 지어버린다. 성악설을 맹신하는 사람처럼 태생적으로 악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우리는 사람을 비판할 것인지, 사람의 행동을 비판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 어디 없다. 허물 있는 것을 알고도 고치지 않으면 허물이지만(과이불개 시위과의) 허물이 있는 것을 허물이라고 못박아서는 안 된다.
악행이라는 것이 애초에 감정을 빼고 의견을 갖기 쉽지 않다. 우리는 편향된 논조로 불을 지피는 정보에 둘러싸여 있어 더더욱이 우리는 건조하게 일을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는 감정을 꾸준히 경계해야 한다. 누군가의 감정 몰이로 논란에 편파된 의견을 갖는 것은 범죄 동조나 다름없다. 미움에는 책임이 동반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마녀 사냥꾼, 성악설 맹신론자, 그리고 모든 사람은 허물없다고 믿는 완벽주의자의 뒤틀린 사상에 빠져버릴 수 있다.
정녕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그 사람의 성장 배경, 생각, 업적, 행적, 논란의 전후 문맥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사실을 교차 검증한 후에야 판단할 자격이 생긴다. 미움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혈을 기울인 심사숙고 후에 정말 미워해도 된다고 판단되면 그때 미워해도 늦지 않다. 미워하고 싶은데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미워하는 걸 포기해야 한다.
쓰고 나니 박애주의자의 동정론처럼 들리는데, 주변에서 루머 하나로 고기 처음 먹어본 개마냥 눈 까뒤집힌 채 물어뜯는 사람을 보고 위험하다고 느껴 글을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