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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앞사람 뒤로 한 칸 비우고 타면, 눈앞에 엉덩이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 세상은 더 이상 나와 엉덩이뿐이다. 나는 내 얼굴이 그 풍만한 엉덩이에 매몰되는 상상을 한다. 한없이 비벼지고 철저히 뭉개지는. 엉덩이는 가깝지만서도 멀다. 나의 안면을 엉덩짝에 부착하는 데에 1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그 거리는 50cm가 아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법 298조, 강제추행죄)이다. 바로 눈앞에 두 볼기짝이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음에도 나는 시선을 돌린다. 엉덩이는 가깝고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