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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감이 교차한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인척 분들을 뵀다. 이렇게밖에 볼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청년이 중년으로, 중년이 노년으로 경년하는 데에 자비가 없었다. 없던 생명도 생겨났다. 거울 속에서 보지 못했던 세월을 단번에 융단 폭격 맞았다. 얼얼하다 못해 아리다. 내가 그들의 주름 속에서 본 세월을 그들도 나에게서 봤겠지. 용모보단 언모 속에서 봤기를. 

’시간이 정말로 흐르고 있었구나.‘

시간은 무한자원이 아니라는 말을 귀로는 익히 들었지만, 가슴으로 듣기는 처음인 것 같다. 호빗 보폭 정도로 생각했던 시간의 보폭이 간달프 보폭이다. 엄마 치맛자락 뒤에 숨던 김정현이 눈 깜짝하고 나니 서른 즈음에 김정현, 프로페시아 부작용을 논하는 김정현이 되었다. 다음의 김정현은 누구인가. 당당한 김정현일 수 있을까? 동정받는 김정현일까? 김정현의 동정만큼은 피하는, 적어도 김정현에게는 당당한 김정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