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화장실 소변기마다 휴지걸이가 하나씩 걸려있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꼬딱권(꼬추 닦을 권리)이 보장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배뇨 후에도 팬티가 뽀송한 꿈입니다.


그렇다. 나 김정현은 2024년 8월 20일 꼬딱권을 주장하는 바이다.

남정네들이여, 나는 물어야겠다. 진정 잔뇨를 팬티에 적셔 산미 있고 싶은가? 정녕 촉촉하고 싶은가?

그 따뜻한 방울방울로 개나릿빛 세계지도를 낭심 아래 아로새기어, 진정코 삼라만상 위에 우뚝 서겠다는 사나이 야망의 표명인가?

소싯적 세계사 시간 유라시아 역사의 전개를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한 번쯤 칭기즈 칸이 되어 세상을 주무르는 호기로운 상상을 남몰래 하곤 한다.

음낭 밑에 수놓은 노오란 곤여만국전도는, 창백한 푸른 점의 대군주로 군림하고자 하는 고등 생명체의 원초적인 정복 욕구에서 연유한 것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한편으로는 한갓 정복욕 따위에서 비롯한 촉촉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몸, 천금같은 육신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하려는, 이다지도 대견한 효심을 오해한 것이 아닐까 염려스럽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하였다. 신체와 터럭과 살갗 등등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몸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 배웠다.

하지만 노폐물 배설이라는 불가피한 생리 활동으로 폐륜을 저지르게 되었다.

그 죄책감을 달래기 위해 한 방울 두 방울 팬티에 남겨두는 것이 아닐까, 그저 고개를 갸우뚱 해볼 뿐이다.


나는 구습을 타파하고 선진된 배뇨 문화를 꾀해보고자 한다. 이 거룩한 혁명의 일환으로 ‘1소변기 1휴지걸이’를 강력히 종용하는 바이다.

소변기 옆에 휴지걸이를 비치하여, 쉬야를 마치고 바로 휴지로 꼬추를 닦아 잔뇨가 팬티에 묻게 하지 않게 하자는 말이다.

이상적으로는 휴지로 꼬닦하고 바로 소변기에 버리면 좋겠지만, 소변기의 배관이 좁고 수압이 약해 막힐 우려가 있다.

그래서 휴지걸이와 함께 휴지통도 같이 비치할 것을 촉구한다. (하지만 휴지통이 많으면 위생 관리에 불리하므로, 꼬닦 문화의 성장에 따라 배수 시설도 같이 성숙해져 휴지통free 화장실이 되길 바란다. [혹은 매립형 휴지 걸이&통이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배뇨 문화,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다.

나는 조선에 기대를 걸어본다.

2019년 코로나-19 대역병을 멋들어지게 진압한 K-방역 아니던가.

체계적인 격리 지침, 한껏 고양된 시민 위생 의식, 혀를 내두르게 하는 공공 살균 장치들로 국제 사회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향균 코팅 문 손잡이, 비접촉식 엘리베이터 버튼, 일회용 자동 변기 커버,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UV-C 소독기 등의 내로라하는 첨단 위생 장비들은, 이제 일상 곳곳에 자리잡았다.

우리는 괄목할 만한 위생 문화의 완숙을 이룩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빠졌는지 잘 알고 있다.


K-Pop, K-Drama, K-Food, K-Culture의 불가항력 K흐름의 대미를 K-Toilet으로 장식하자.

어쩌면 ‘팬티의 봄’, ‘팬티의 기적’이 머지않았다.

이제는 백의민족의 얼과 혼을 면면히 이어 팬티의 유백을 보호해야 할 때다.

구텐베르크 활자, 증기 기관차, 백열전구, 월드와이드웹, 아폴로 우주선에 비견되는 범인류적 진보를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것은 한 팬티의 작은 뽀송함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