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어원을 들여다보면 당시의 시대상 — 그들의 문화, 가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낭만을, 때로는 폭력을, 때로는 수수께끼를 마주한다. 당시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지금의 것과 궤를 달리한다. 인권(백성의 권리, 여성의 권리, 노예의 권리, 범죄자의 권리)은 고사하고 동물의 권리마저도 허다하게 박탈되었다. 어문회 한자검정시험 1급이라는 멀고도 험난한 외길을 걷는 도중 발견한 기원이 잔인한 한자(문자 그대로 잔인한 한자, 상황이 잔인한 한자, 현실이 잔인한 한자, 시대가 잔인한 한자)를 이곳에 모아볼까 한다. “서정적이고 시적인 어원의 한자들도 많은데 너는 왜 굳이 그런 폭력적인 한자를 모으냐”라고 묻는다면 로맨스보다는 액션 스릴러가 더 땡겼다고 답하겠다.

어원 해석은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제공되는 저자 신동윤의 한자로드(路)를 기준으로 했다. 한자는 ‘금문’ 소전 예서 해서 등의 몇 가지 굵직한 문자 변화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문자의 형태와 의미가 크게 바뀌어 최초 어원과 전혀 다른 문자가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한자의 최초 형태인 갑골문(거북이 배딱지에 새겨진 문자)의 해석을 기반으로 한다. 

한자는 문자와 문자가 합쳐져 새로운 문자가 만들어지는데, 문자가 다른 문자와 합쳐지는 과정에서 문자 고유의 뜻이 전해지지 않고 모양자로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해당 경우에는 괄호 안에 뜻과 음을 생략하고 모양자의 해석을 적었다.

決(결단할 결) = 水(물 수) + 夬(터놓을 쾌) = 물을 터놓다 = 황하의 범람을 막기 위해 상류의 둑을 끊어 터 놓는다 =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결단을 하다’.

傾(기울 경) = 人(사람 인) + 匕(숫가락의 모양) + 頁(머리 혈) = 수저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치다 = 숫가락으로 머리를 처맞고 머리가 기울어지다.

敬(공경 경) = 苟(개) + 敬(칠 복) = 개를 치다 = 개를 후려쳐서 ‘공경’하게 함.

競(다툴 경) = 노예 둘을 그린 것 = 귀족들이 자신들의 유흥을 위해 노예끼리 서로 ‘다투게’ 함.

敎(가르칠 교) = 𡥉(교도할 교) + 攵(칠 복) = 가르치는 것은 가두고 때리는 것.

校(학교 교) = 木(죄수의 손발에 끼우던 형틀) + 交(사람이 앉아있는 모습) = 갇힌 죄인의 모습 = 죄인을 심판하는 기관 = 전문 교육 기관 = ‘학교’.

棄(버릴 기) =  죽은 아이를 바구니에 담에 ‘버리는’ 모습.

耐(견딜 내) = 而(턱수염)+ 寸(손) = 턱수염을 손으로 뽑다 = 턱수염 뽑히는 고통을 ‘견디다’(고대에는 턱수염을 뽑는 형벌이 있었음). 

怒(성낼 노) = 奴(종 노) + 心(마음 심) = 종을 대하는 마음 = ‘성내는’ 모습.

倒(넘어질 도) = 人(사람 인) + 到(화살과 칼) = 사람이 화살이나 칼에 맞아 ‘넘어지다’.

童(아이 동) = 辛(매울 신) + 目(눈 목) + 東(동녘 동{발음 역활}) = 복종하도록 노예의 눈을 찌르는 모습 =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아이’.

眠(잘 면) = 目(눈 목) + 民(송곳으로 눈을 찔러 멀게 하는 모습) = 송곳에 눈이 찔려 감겨진 눈 = ‘자고 있는’ 눈 .

滅(멸할 멸) = 水(물 수) + 烕(도끼, 창과 불) = 도끼, 창, 불과 물로 공격하다 = 병기, 화공, 수공으로 적을 ‘멸하다’.

敏(민첩할 민) = 每(여자) + 又(손으로 낚아채는 모습) =  여자를 낚아채는 모습 = 약탈혼을 위해 여자를 ‘민첩하게’ 납치하다(고대에는 신부감을 약탈해 결혼하는 관습이 있었음).

民(백성 민) = 노예의 눈을 송곳으로 찔러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모습 = 양반에게 종속되는 노예처럼 국가에 종속되는 ‘백성’. 

半(반 반) = 소를 ‘반’으로 가르는 모습.

發(필 발) =  癶(등질 발) + 又(또 우) + 矢(화살 시) = 활과 몽둥이를 들고 누군가를 뒤쫓아 가는 모습 = 따라가다, 나다나다, ‘피어나다’.

伐(칠 벌) = 人(사람 인) + 戈(창 과) = 창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모습 = 적을 잡아 목을 베었다 = 정벌하다, ‘치다’.

別(나눌 별) = 冎(뼈 발라낼 과) + 刀(칼 도) = 칼로 뼈와 살을 발라내다 = 사람의 뼈와 살이 ‘나누어지다’.

報(갚을 보) = 執(잡을 집{수갑을 찬 죄수의 모습}) + 又(손으로 붙잡는 모습) = 수갑을 차고 있는 죄수를 붙잡다 = 죄수를 벌해 죗값을 ‘값도록’ 하다

賦(부세 부) = 貝(재화) + 武(발목 절단용 낫) = 돈과 낫 = ‘세금’ 미납 시 처형된다.

設(베풀 설) =  술잔 앞에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 = 전쟁이나 사냥에서 획득한 물건을 ‘베풀어’ 놓고 잔치를 벌이다.

攝(다스릴 섭) = 手(손 수) + 耳(귀 이) x 3 = 손으로 귀를 자르다 = 적군의 귀를 잘라 승리의 전리품으로 귀를 수집하다 = 적을 ‘다스리다’. 

歲(해 세) = 戉(도끼 모양의 고대 무기) + 步(걸음 보) = 무기를 들고 싸우면서 걸어온 시간 = 고대에는 한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사람이 많았음 = 전쟁터에서 보낸 세월, ‘해’.

婦(며느리 부) = 女(여자 여) + 帚(빗자루 추) = 빗자루를 들고 있는 여자 = 청소하는 ‘며느리’.

殊(다를 수) = 歹(뼈 알) + 朱(붉을 주) = 피범벅이 되어 죽어가는 사람 = 일반인과 ‘다르다’.

收(거둘 수) = 丩(얽힐 구) + 攵(칠 복) = 죄인을 몽둥이로 치고 줄로 얽어 포박하다 = 잡아들이다, ‘거둬들이다’.

修(닦을 수) = 攸(바 유) + 彡(피를 흘리는 모습) = 몽둥이로 사람을 때리는 모습 = 사람을 손보다 = 인성을 ‘닦다’.

辛(매울 신) = 노예의 몸에 문신을 새기던 도구 = 아주 고통스럽고 ‘매운’ 노예의 삶.

央(가운데 앙) = 목에 나무칼을 차고 있는 죄수의 모습 = 머리가 나무칼 ‘가운데’에 있음. 

抑(누를 억) = 手(손 수) + 印(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머리를 짓누르는 모습) = 사람을 손으로 ‘억누르다’.

如(같을 여) = 女(여자 여) + 口(입 구{말}) = 말을 듣는 여자 = 여자는 남자의 말에 순종한다 = 여자는 남자의 말과 ‘같도록’ 행동한다.

役(부릴 역) = 人(사람 인) + 殳(몽둥이 수) = 몽둥이를 들고 사람을 ‘부리다’.

然(그럴 연/탈 연) = 犬(개 견) + 肉(고기 육) + 火(불 화) = 개를 태워 먹는 모습 = 개의 껍질이 새까맣게 ‘탐’(고대에는 개 가죽을 벗기지 않고 껍질째 불에 그슬려 익혀 먹어서 껍질이 새까맣게 타게됨).

爇(불사를 열) = 草(풀 초) + 熱(더울 열) = 야생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지르는’ 모습.

威(위엄 위) = 女(여자 여) + 戌(도끼날이 달린 고대의 무기) = 무력의 ‘위엄’ 앞에 겁에 질린 여자의 모습. 

悠(멀 유) =  攸(사람을 몽둥이질 하는 모습) + 心(마음 심) = 몽둥이 맞는 마음 = 노예의 마음: “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아득’하도다.”

印(도장 인) =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머리를 ‘도장처럼’ 짓누르는 모습.

殘(잔인할 잔) = 歹(뼈 알) + 戔(해칠 잔) = 뼈를 해치다 = 뼈를 들쑤시다 = ‘잔인한’ 시체 훼손. 

暫(잠깐 잠) = 日(해 일{시간}) + 斬(벨 참{사지를 다섯대의 수레에 나누어 묶어 찢어 죽이던 형벌}) = 사지가 떨어지는 시간 = ‘잠깐’ 사이에 사지가 찢겨 떨어짐.

臧(착할 장) = 臣(고개를 숙인 사람의 눈) + 戈(창 과) = 창으로 눈을 찔러 노예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습 = 노예가 ‘착해지는’ 모습.

藏(감출 장) = 艹(풀 초) + 臧(눈이 찔려 착해진 노예) = 노예가 도망치려 풀숲에 몸을 ‘감추다’.

章(글 장) = 辛(매울 신) + 아래로 둥그런 표식 = 노예의 몸에 표식을 새기다 = 표시하다 = ‘글’.

賊(도둑 적) = 貝(재물) + 戈(창 과) + 人(사람 인) = 창을 들고 무력으로 재물을 강탈하는 사람 = ‘도둑’.

赤(붉을 적) = 大(사람) + 火(불 화) = 사람을 불에 태우다 = 피범벅이 된 ‘붉은’ 사람.

接(이을 접) = 接자는 手(손 수) + 妾(첩 첩{여종}) = 여종은 사람을 많이 대접한다, ‘접한다’.

燥(마를 조) = 火(불 화) + 喿(울 소{나무 위에 새들이 지저귀는 모습}) = 불에 타 ‘말라가는’ 새들.

存(있을 존) = 才(땅속에서 올라오는 초목) + 子(아들 자) = 아들의 안부를 묻다 = 살아’있는지’ 묻다. (조그만 병치레에도 쉽게 목숨을 잃었던 옛날에 아이의 생존여부를 묻는 일이 많았음.)

卒(마칠 졸) = 衣(옷 의) + 爻(효 효) = X자 문양이 들어간 옷 = 계급이 가장 낮은 병졸들이 입는 옷 = 전쟁에서 생을 ‘마치는’ 병졸들.

辠(허물 죄) = 自(코를 그림) + 辛(고문 도구 모양) = ‘허물’(죄)이 있는 사람은 코를 잘라 처벌함. 

疾(병 질) = 疒(병들 녁) + 矢(화살 시) = 화살 맞은 정도의 고통의 ‘질병’. 

執(잡을 집) = 幸(죄수) + 丸(팔을 내밀어 수갑을 찬 모습) = 죄수를 ‘붙잡다’.

徵(부를 징) = 彳(가다) + 王(임금 왕) + 攵(칠 복) = 왕이 가기 위해 치다 = 왕이 전쟁을 위해 필요 인력을 ‘부르는데’, 거역시 쳐서 따르게 한다.

慙(부끄러울 참) = 車(수레 차) + 斤(도끼 근) + 心(마음 심) = 죄인의 사지를 다섯 대의 수레에 나누어 묶어 찢어 죽이던 형벌(거열처사) = ‘부끄러운’ 짓을 한 죄인은 사지가 뜯긴다.

創(비롯할 창) = 倉(곳집 창) + 刀(칼 도) = 칼에 피가 묻어있는 모습 = 칼부림이 ‘비롯하게’ 된 원인.

踐(밟을 천) = 足(발 족{진격하다}) + 戔(해칠 잔) = 상대를 ‘밟아’ 죽이기 위해 진격하다. 

取(가질 취) = 耳(귀 이) + 又(손으로 잡는 모습) = 손으로 귀를 잡은 모습 = 귀를 잘라 ‘가지다’(고대에는 전투에서 몇 명 죽였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귀를 잘라 가져갔음).

沈(잠길 침) =  水(물 수) + 冘(목에 칼을 차고 있는 사람의 모습) = 죄수를 물에 ‘잠기게’ 하여 수장한다.

妥(온당할 타) = 爫(손톱 조{손으로 붙잡는 모습}) + 女(여자 여) = 여자의 머리채를 붙잡는 모습 = 여자가 복종하는 것은 ‘온당하다’.

皮(가죽 피) = 갓 잡은 동물의 ‘생가죽’을 손으로 벗겨내는 모습.

波(물결 파) = 水(물 수) + 皮(가죽 피{동물의 생가죽을 벗겨내는 모습}) = 생가죽이 벗겨지는 모습이 마치 출렁이는 ‘물결’ 같다.

奚(어찌 해) = 大(클 대) + 幺(작을 요) + 爫(손톱 조{머리칼을 붙잡고 있는 모습}) = 머리를 땋아 올린 사람을 붙잡고 있는 손 = 주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여자 종: “아이고, 이 삶을 ‘어찌’살아가야 하나.”

幸(다행 행) = 양손을 묶는 수갑과 벽에 고정하는 쇠사슬 모양 = “휴, 범죄자를 잡아서 ‘다행’이다”.

獻(드릴 헌) = 鬳(솥 권{호랑이 무늬가 새겨진 솥}) + 犬(개 견) = 제사 때 사용하는 신성한 솥과 제물로 바칠 개 = 신에게 제물을 ‘드린다’.

憲(법 헌) = 宀(집 면) + 丰(예쁠 봉) + 目(눈 목) + 心(마음 심) = 마차의 차양막 아래로 주변을 감시하는 눈 = 백성들을 매서운 눈으로 감독하고 있는 모습  = ‘법’.

革(가죽 혁) = 손으로 동물의 ‘가죽’을 펼치는 모습.

縣(매달 현) = 糸(가는 실 사) + 目(눈 목) + 木(나무 목) = 나무에 눈이 실로 매달려 있다 = 나무에 머리가 ‘매달려’ 있다.

血(피 혈) = 皿(그릇 명) + 위에 점 하나(핏방울) = 그릇에 ‘피’를 받는 모습 (고대에는 소나 양의 피를 그릇에 받아 신에게 바쳤음.)

效(본받을 효) = 交(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모습) + 攵(칠 복) = 아빠다리로 앉은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 = 자식에게 매타작을 하여 어떠한 대상을 ‘본받도록’ 한다.

後(뒤 후) = 彳(조금 걸을 척) + 幺(작을 요) + 夂(뒤져서 올 치) = 족쇄를 찬 노예가 길을 걷는 모습 = 노예가 족쇄를 차 걸음이 ‘뒤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