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날 좋은 어느 날 볕 바른 언덕 위에 영감님 한 분이 소나무 밑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셨습니다. 굵은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밧줄 옆에 서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계셨습니다. 저는 다가가 물었습니다.
“영감님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여기서 뭐하세요? 그리고 이 밧줄로 뭐 하시려구요?”
“에이 씨벌, 개같은 병원, 마누라, 자식새끼들, 연금공단, 더러워서 안 살아준다. 거 총각, 이 담뱃갑 가져다 저기 밑에 쓰레기통에 버려”
”아니 지금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려는 판국에 담뱃갑이 무슨 대수에요?”
“이제 나는 자연이 되니, 자연을 깨끗이 해야 할 거 아녀 씨벌것, 냉큼 버리고 와!”
“네 영감님..”
저는 담뱃갑을 들고 쓰레기통을 향해 걸었습니다.
분수
술을 진탕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대로 옆 보도블록 위에 쏟았다.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지나가던 꼬맹이가 외친다. “엄마, 저기 봐! 분수야!” 꼬맹이 주제에 시를 지녔구나. 토사물보다는 창공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시선을 기울였구나. 어쩌면 우리는 모두 시인이었다. 살아내면서 시를 뺏앗겼을 뿐. 시는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잃어가는 것. 소년이여, 그 시를 지켜라.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그래도 난 비튼다. 그리고 튀긴다.